"좋은 차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
그의 글은 늘 그렇다.
직업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동시에 여성으로서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 앉을 용기를 준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의 힘으로,
바라는 방향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황선우 작가가 단단하게 다져온 궤적과 그것들을 부지런하고 섬세하게 기록해둔 글로 인해
나 역시 나의 일을, 나의 삶을, 그리고 느슨하게나마 서로 연결된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얻는다.
- 장류진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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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자기 삶을 책임 있게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성공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꾸준히 여러 번 시도를 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사람이며,
실패했을 때 오래 끌어안고 앓기보다 금방 털고 일어나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걸 회복탄력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행운은 많은 순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운을 좋게 만든다는 건,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대하는 일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로 나를 유지하는 일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받을 것을 계산하기 전에 먼저 주는 일,
정확한 타이밍에 성실하게 피드백하는 행위가 운을 좋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먼저 복을 만드는 마음을 가지면 누가 주려고 할 때 잘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
이 사람이 있으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단한 신뢰를 받으며 일한다는 것,
떠날 때 빈자리를 모두가 큰 상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 여행의 기술 -
더 넓은 세계로 나가 새로운 장소와 거대한 풍경 속에 자신을 놓아보기.
그곳에서 존재의 다양함을 발견하고 사회에서 요구받아온 좁은 표준을 벗어나기,
너는 너무 크다, 뾰족하다, 울퉁불퉁하다는 타박에 웅크리거나 위축되는 대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품지 못하는 이 나라가 너무 좁다는 것을 느껴보기.
-
전력으로 일에 매달려 있는 것 만큼이나 집중해서 잘 일할 수 있도록 나와 내 주변을
잘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는걸, 일상을 정성스럽게 영위하는 데서 많은 위대함이 출발한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제야 질문할 여유도 생긴다.
사소하거나 하찮게 취급되지만 그 사소함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한다.
+
미래가 불투명하고 먼 목적지가 보이지 않을 때는 지금 발밑의 계단부터 한 칸씩 밟아 나갈 수 밖에 없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인공의 멋진 점은 불운을 겪지만 스스로를 내팽개치지도,
다른 이를 괴롭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고 마음이 어지로울 때 찬실이 하는 행동은 이런 것들이다.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면서 주변을 돌보기,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챙기기,
공원을 걷고 산길을 올라 산책하기, 정말 원하는 게 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골똘히 들여다보기.)
찬실은 이룬 것 없이 가난한 인물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들 속에 품위를 잃지 않는다.
몸에 밴 어떤 우아함이 조력자들을 끌어당긴다.
그런 사람이 잠시 움츠린 뒤에 뭔가를 도모할 때, 틀림없이 잘될 거라 믿게 된다.
좋은 일 속에서 나쁜 일의 씨앗이 싹틀 수 있듯 나쁜 일 속에서도 좋은 일의 씨앗이 자라곤 한다는 걸 안다.
담담하게 눈앞의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그 씨앗을 키워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모두에게 용기가 필요할 때다. 영화 속 장면처럼 깜깜한 어둠 속을 걸을 때는 손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걸,
서로가 서로의 발밑을 비춰주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복을 만들곤 한다.
+
갈수록 취향보다는 행위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고 믿게 된다.
행동이 그 주체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보다는 매일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 작가(그리고 러너)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
하지만 뛰는 걸 멈추지 않는다. 다시 목표를 정하고,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오직 자신의 두 다리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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